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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0/05/23 0xAF. 여행의 기술 (알랭 드 보통) (8)
  2. 2010/01/20 0x8A. 반고흐, 영혼의 편지 (4)

0xAF. 여행의 기술 (알랭 드 보통)



  0xAF. 여행의 기술 (알랭 드 보통)

  알랭 드 보통의 책은 읽기에 쉽지가 않은 편이다. 다양한 주제도 주제 일뿐만 아니라, 그의 머리속에서 복잡하게 엮겨있는 수많은 연결 고리들을 따라가다가 보면, 어느 사이에 내 머리속에 그 실타래들이 하나 둘씩 자리를 잡아가면서 '난 어디있나?"라는 물음이 꼬리를 물고 떠 오르기 때문이다. 약간은 염세주의적인 그의 유럽여행 에세이가 바로 이 책 '여행의 기술'이다. 하지만, 난 이 책을 여행 책으로 분류하지 않았다. 그의 발자취를 따라다니다가 보면, 여행 보다는 예술, 문학적 그의 섬세한 감수성이 책 속에 고스란히 녹아있는 것을 느끼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책은 에세이다.

  아마도, 책의 1/3정도는 여행에 대한 이야기이고, 2/3정도는 그와 여행을 함께한 예술인들일 것이다. 함께 했다고 하지만, 시대가 다르기에 알랭 드 보통은 그들의 발자취를 따라가면서, 우리에게 그 발자국을 설명해주고 있다. 마치 추적을 하듯이 발자국 하나 하나에 대한 의미를 담아주기 때문에, 알랭 드 보통의 오감이 잠시 독자의 오감과 연결되는 듯한 느낌을 가져온다.


  책은 크게 '출발', '동기', '풍경', '예술', '귀환'이라는 연결고리로 되어 있고, 11명의 명사들과 함께한다. 그 중 내가 가장 감명깊게 읽은 부분은 '예술'이라는 고리다. 빈센트 반 고흐와 존 러스킨이 안내자의 역활로 등장하며, 알랭 드 보통은 그들의 뒤를 밟고 있다. 눈을 열어주는 예술과 아름다움을 소유한다는 것에 대한 이야기이다. 앞서 다른 명사들의 이야기도 있지만, 생소한 부분이 많아서 와 닿지는 않았지만, 풍경과 예술의 고리에서는 지금까지 알랭 드 보통이 어떤 여행을 해왔는지를 한번에 깨닫게 해주었다.

"자연에 완전히 진실하라!" - 이런 거짓말이 어디 있는가.
자연을 어떻게 속박하여 그림 속에 집어넣을 수 있겠는가?
자연 가운데 아무리 작은 조각이라 하더라도 그것은 무한하다!
따라서 화가는 자연 가운데 자기가 좋아하는 것을 그린다.
화가는 무엇을 좋아하는가? 자기가 그릴 수 있는 것을 좋아한다! -p.260-


  "오스카 와일드(영국문인)는 휘슬러(영국화가)가 안개를 그리기 전에 런던에는 안개가 없었다는 말을 했다. 마찬가지로 반 고흐가 사이프러스를 그리기 전에 프로방스에는 사이프러스가 거의 눈에 띄지 않았다. -p.264-"

  나는 알랭 드 보통이 설명한 반 고흐의 사이프러스 나무에 대한 설명을 듣고서 배병우씨의 사이프러스 나무가 생각났다. 사진 전체를 덮은 코발트 색과 왼쪽 윗부분에 있는 초승달 그리고 오른쪽 아래에는 사이프러스 나무의 끝부분만 바람에 휘어져있는 모습이였다. 지금 기억으로는 독일에서 찬사를 받았던 작품이었던것 같다. 알랭 드 보통이 설명을 듣고서야, 고흐의 그림이 다시 보이기 시작했고, 배병우씨의 사진이 다시 생각나기 시작했다.



  알랭 드 보통의 이야기는 위의 글처럼 풀려진다. 반 고흐의 이야기, 또 그보다 더 오래전에 여기를 들렀던 파스칼의 <팡세>의 말이 또다시 꼬리에 꼬리를 문다. 알랭 드 보통의 표현처럼, 매우 신랄한 경구가 기억나는 바람에 뜨거운 마음이 상당히 식어버렸다고 했다. 그의 머릿속에는 어떤 생각들이 떠오르는 것일까? 그의 문학적 감수성이 나를 부럽게 만든다. 


  위는 러스킨의 데생에 대한 글이다. "아름다움을 느슨하게 관찰하는데부터 자연스럽게 발전하여 그 구성 요소들에 대한 깊은 이해를 얻게 되고, 따라서 그것에 대한 좀 더 확고한 기억을 가지게 된다." 는 문구가 내 마음을 사로 잡았다. 나도 그런 여행을 하고 싶다. 세상에 시간이 무한정 있는 것처럼, 느슨하게 관찰하는 그런 여행을 말이다. 그 전에, 내 작은 가슴을 두드려서 크게 넓히고 텅텅빈 머릿속에 꼬깃 꼬깃 메모를 해 놓아야겠다.


  때론 "왜 아름다울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그리고선 그 의미를 자꾸 미학적 기준에서 찾으려고 애쓴다. 아직은 러스킨의 '말 그림'이 나에겐 익숙하지 않지만, 심리적 기준을 조금씩 넓혀 보아야겠다.

'나는 보는 것이 그림보다 더 중요하다고 믿습니다. 나는 학생들이 그림을 배우기 위하여 자연을 보라고 가르치기보다는, 자연을 사랑하기 위여 그림을 그리라고 가르치겠습니다." - 러킨스 p.32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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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x8A. 반고흐, 영혼의 편지



0x8A. 반고흐, 영혼의 편지 (빈센트 반 고흐 | 신성림 옮기고 엮음)

 '영혼의 화가', '태양의 화가'로 불리우는 네덜란드가 낳은 미술 역사상 가장 위대한 예술가 중의 한명인 빈센트 반 고흐에 대한 책이다. 사실, 이 책은 고흐가 그의 동생 테오에게 쓴 편지들을 엮어서 쓴글이고, 몇몇 부분에서는 테오가 고흐에게 보낸 편지도 같이 엮겨있다. 사실, 반 고흐는 내가 처음으로 좋아하게된 화가이다. 잠깐 그 이야기를 하자면, 그림에서부터 시작이 아니라 음악에서 부터 시작했다. 통기타로 연주되는 Don Mclean(돈 맥클린)의 "Vincent"에 푹 빠져서 단지 한 곡을 치기 위해서 처음으로 기타를 배웠다. 한달동안 그 노래만 연주해서 기타로 칠 수 있게된 후에 빈센트라는 사람이 화가를 이야기한다는 것을 알았다. 그리고 이 노래가 그를 기리는 노래라는 것을 알게 되었고 그 노래를 너무나도 사랑하게 되었다. 그리고 그의 그림이 뒤를 따랐다. 

  노래에 담겨있는 슬픔만큼, 고흐의 삶은 아주 힘들었다. 하지만, 그는 축복 받은 사람임에는 분명했다. 그토록 원하는 그림을 실컷 그렸으니 말이다. 생에 그가 그린 879점의 그림중에 팔린 유화 그림은 400프랑에 팔린 단 한점에 불과하다. 그의 비참한 삶속에서 그가 그토록 바란 것은 무엇일까?


  앞에 무엇이있는지 보이지 않아서, 한발을 내 딛지 못한다면 그 자리에 영원히 머물 것이다.


  무엇인가를 혹은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 그 자체만으로도 아름답다.


능숙함과 기술이 예술을 말해주는 것은 아니다.


  나는 다르게 생각한다. 그는 생전에 사촌을 사랑하여 고백을 하였지만, 거절 당했고 매춘부를 사랑하여 함께 하려고 하였으나 가족의 반대로 좌절되었다. 자신의 작품보다, 사랑의 결실인 아이가 더 고귀하고 가치있다고 거침없이 말하는 그. 그 속에는 어쩌면 그가 평범히, 지극히 평범히 원했던 것은 누구나가 다 살고있는 그런 평범한 삶이 아니였을까 생각해본다. 그 평범한 삶이 바로 그가 말하는 진정한 사랑이 아니였을까?


  그의 그림은 상처받은 영혼이 그린 그림이다. 모델비가 없어서, 풍경화를 그렸고 결국에는 자기 자신을 그릴 수 밖에 없어서 유난히 자화상이 많이 남아 있는 고흐의 그림을 보면, 그 그림들 속에는 "영혼의 마지막 자존심"이 담겨있다.


  삶이란게 그런것 같다. 그 강한 힘을 믿었지만, 어느새 길들여지고 있는 모습을 볼때마다 깜짝깜짝 놀랐다. 하지만, 그것도 잠깐이였다. 그 강한 힘을 믿던 기억조차 사라졌으니 말이다. 내가 요즘 그렇다고 느끼고 있다. 


  "재능은 오랜 인내로 생겨나고, 창의성은 강한 의지와 충실한 관찰을 통한 노력으로 생긴다." - 플로베르 - 


  편지 속에 그가 한명의 사람을 유화에 넣기 위해서는 최소한 30번은 그려보아야 한다고 했다. 3명이 들어있는 유화 한점을 위해서는 최소한 90장의 습작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의 천재적 재능이 어디서 왔는지, 그의 인내를 통해서 느낄 수 있다.


  Starry Night 그림을 가장 좋아하고, 그 다음은 위의 그림이다. "감자 먹는 사람들"이다. 불빛아래의 농부들의 손을 보아라, 울퉁불퉁한 손이지만 가장 정직한 손이자, 그들의 삶을 말해주는 손이다. 그리고 그들이 잡고 있는것은 단순한 한끼의 식사가 아니라, 삶이다. 바로, 정직한 사람의 삶! 바로 그것이다.

자신의 순수함을 지키기 위해서 시대에 저항했던 빈센트 반 고흐는 편지에서 이렇게 말했다. "사람이 왜 평범하게 된다고 생각하니? 그건 세상이 명령하는 대로 오늘은 이것에 따르고 내일은 다른 것에 맞추면서, 세상에 결코 반대하지 않고 다수의 의견에 따르기 때문이다." 라고... 이 대목에서 갑자기 "아니오"라고 외쳤던 한 바보 대통령이 생각났다. 내가 미치도록 좋아했던 그 노래를 들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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