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xC5. 희망을 여행하라 (임영신, 이혜영)
책이란.../여행과 사진 2010/09/01 21:31
0xC5. 희망을 여행하라 (임영신, 이혜영) - Fair Travel Guide Book
"시골 조용한 마을에 한 사람이 나타났다. 떠난후 또 다른 사람이 이번에는 카메라를 들고 왔다. 몇장의 사진을 담아간 이후에 또 다른 사람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한명 두명 마을에 새로운 사람들이 나타나기 시작하자, 시골 마을은 더이상 조용한 마을이 아니었다. 어느덧 눈을 떴을때, 그들이 먹던 음식을 우리가 먹고 있었고, 그들이 입던 옷이 내 몸을 덮고 있었다. 예전의 나의 모습은 더이상 거울에서 찾을 수 없었다."
이 책을 읽었을때 생각났던 또 다른 책의 이야기이다. 정확하게 생각나지 않아서 살을 붙였지만, 큰 맥은 기억속에 있는 그대로이다. 여행은 이기적이라고 했다. 하지만, 이 책을 통해서 그 구절은 아마도 틀리지 않았나라는 생각을 들었다. 나에게 보여준 새로운 세상을 존중하고, 그곳에 나의 작은 힘을 보탤 수 있는 방법이 있다는 것을 알게되었다. 그래서 더 이상 여행은 이기적이지 않다.
책에서는 위와 같은 여러가지 여행 방법을 소개해주고 있다. 나는 아마 개별 대중 관광자와 탐사형 관광자 중간 정도 일것 같다. 암튼, 이 책은 이런 여행이 현지인들에게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를 여러가지 예를 통해서 보여주고 있다. 450페이지에 달하는 두꺼운 분량에 담긴 내용은 내가 알던 이전의 여행 방식이 어떻게 만들어졌고, 그곳에 살던 사람들의 삶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 낱낱이 보여주었다. 그리고 그 중 일부분은 나 스스로를 부끄럽게 했다.
책에 나오는 한가지 예를 들어보자. 바로 우리에게 잘 알려진 보라카이다, 20년 전까지 보라카이는 배낭여행객들이 가끔씩 묶었다 가는 조용한 해변이였다. 하지만, 그 아름다움이 알려지고 관광개발 기업들이 거대한 리조트를 세우기 시작했다. 이곳에는 수만년전부터 이곳에서 살던 아에타족이 있었다. 거대 기업들은 일자리 창출과 외화 수입을 미끼로 정부를 설득하기 시작했고, 정부는 원주민들을 설득해서 기업에게 땅을 팔았다.
하지만, 그것이 그들의 삶의 터전인 바다까지 판 것이라는 모르고 있었다. 거대 기업은 해변 주변에 담벼락을 만들기 시작했고, 아예타족은 이제 더이상 그들의 삶의 터전이 되던 바다조차 볼수도 없게 되었다. 관광객들에게 바다를 뺏겨버린 아예타족은 이제 180여명정도 남았고 이젠, 그 180명 조차 그곳을 떠나야하게 생겼다. 그들은 관광객의 가방을 들어주는 모습으로, 보라카이 거리의 거지의 모습으로, 짐꾼들의 모습으로, 보라카이 해변에서 멀리 떨어진 빈민가의 사람들의 모습으로 바뀌었다. 바로, 그들이 보라카이의 주인이였던 원주민이다. 관광객이 쓴 돈은 대부분 리조트 회사로 다시 들어갔고, 고용은 영어를 유창하게 구사하는 관광기업의 종사자들에게 돌아갔다.
편리하고 아름답기만 했던 보라카이의 리조트가 어떤 짓을 했는지, 그들의 삶을 어떻게 파괴했는지, 해변의 아름다움 뒤에 감추어진 슬픈 눈물이 무엇인지를 나에게 깨닫게 해주었다.
호텔 투시다, 이곳은 네팔의 포카라 지역에 있는 호텔이다. 지역 농민들과 직접 연계하고 이들에게 유기농 작물을 키우게 하는 방법을 알려주고, 호텔과 농민이 같이 밭을 가꾸고 논을 일군다. 또한 관광객들이 육식을 많이 하기 때문에 가축을 많이 키우게 되었는데 가축의 배설물이 강을 오염시킬까봐 일부로 먼곳에서 가축을 사육한다. 큰 논경지는 포카라에서 4시간 정도 떨어져있지만, 이를 보고싶어 했던 많은 관광객을 위해서 작은 논경지를 호텔에서 차로 10분거리에 하나더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이것이 다가 아니다. 그 논에서 모를 심고, 밭을 갈고 하는 사람들은 바로 이 호텔에서 일하던 주방장이요, 가정부요, 지배인이다. 이들은 지역농민들에게 봉사 활동으로 일손을 거들고 있다. 그래서 이번에 곧 떠나는 네팔에서 이곳에서 숙박을 묶기로 했고, 기회가 된다면 작은 논경지에도 방문해보고 싶다. 프란좔은 말한다. 우리에게 후원을 하지말라고, 우리는 호텔을 운영하니, 우리 스스로 일어날 힘을 키우게 해달라고, 당신은 여행객이니 우리 호텔에 머무는 것만으로 우리를 도와 주는것이라고.. 그의 말이 내 마음을 두드린다.
난민촌의 사람들이 보고 싶었던 고향의 사진을 작은 노트북에서 켜자. 환호성이 터졌다. 그들이 태어난 곳을 가보고 싶어도, 갈 수 없는 그곳의 사진을 보고선 난민촌들은 눈시울을 붉혔다. - 티베트 난민촌에서 -
1년후 또다시 그곳을 방문하기로 하고 이번에는 빔 프로젝트를 준비하기 시작했다. 모자란 돈은 가진 것을 팔아서 보태었다. 그리고 그곳을 다시 찾았고, 그곳에서는 작은 사진전이 열렸다. 인화한 사진들과 빔 프로젝트를 이용해 이들에게 보여준 사진들, 아마도 난민촌 사람들에게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사진전이였을 것이다.
위와 비슷하게, 내가 좋아하는 사진 작가 중에 '신민식'씨가 있다. 아프리카 학교를 방문하고서는 한번도 자신의 얼굴을 본적이 없는 아이들을 위해서, 그 아이들의 사진을 찍고 모두다 인화해서 교실 칠판에 걸어 주었다. 다음날 아이들이 학교를 찾았을 때, 그 아이들은 태어나서 처음으로 자신의 얼굴을 보았다. 그리고 이제 그는 교실을 짓기 위해서 사진을 담는다. 효창공원 근처에 마다카스카라는 카페를 운영하는데, 아직도 그곳에 못들려봤다. 언제 한번은 들리겠지...
이들과 같은 사진을 담고 싶다. 하지만, 난 아직도 다른 사람의 모습을 내 렌즈에 담는 용기가 부족하다. 아직까지는...
원주민이 공연을 하는것이 아니라, 관광객이 원주민들을 위해서 공연을 해준다. 그들에게 웃음을 주고, 그들에게 감동을 준다. 하지만, 거기에서 얻는 기억은 그 어느 기억보다 클것이다.
난 그리 착하지 않다. 저런 짓꺼리 하는 트레커들 산에서 영영 못내려 오길 기도한다. 포터들이 들고 올라가는 것은 정말 갖가지 것들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 심지어는 가스통, 가스레인지까지 들고 올라간다. 고용주가 단지 산에서 자신이 먹던 음식을 먹기 위해서 말이다. 고산지에서는 그곳 생활 환경에 맞게끔 발달한 전통음식이 있다. 하지만, 몇몇 트레커는 자신이 먹던 것을 먹기위해, 따뜻한 물에 샤워를 하기 위해서 별에 별것을 모두다 포터에게 넘기고선 산을 올라간다. 제발, 산에 올라가지말고 살고 있는 지붕에나 올라가길 바란다.
시암 바아두르, 27살의 네팔 포터였던 그는 5,416m의 토룽 라 지역까지 짐을 날랐었는데, 한 날은 몸이 심하게 좋지 않다는 것을 알았다. 고통을 호소하자, 그를 고용한 여행자들은 혼자 산에서 내려가라고 했으며, 응급 사태에 대비할 돈 같은 것은 주지도 않았다. 산을 내려가다 시암은 마침내 길가에 쓰러졌고 해질녘 한 미국인 등산객이 시암을 발견하여 이튿날 구조센터에 도착하였지만, 시암은 싸늘하게 식어있었다. 그의 시신은 길가에 눞여져 있었고, 수많은 등산객이 그의 곁을 지나갔다. 포터도 한 아버지의 아이였고, 한 가족의 가장이였으며, 한 아이의 아버지였다.
이 책은 가볍게 읽을 수 없는것 같다. 많은 통계자료와 지역 주민의 생활상들, 장벽의 아픔들, 그리고 관광객들을 위해 또다시 포장되어야만 하는 원주민들의 전통이 어떻게 파괴되어 가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가볍게 웃어 넘길 수 있는 공연 조차도, 다시 한번 생각하게끔 한다. 태국의 코끼리 곡예도, 치트완 국립공원의 코끼리 사파리에서도 그 코끼리가 어떻게 훈련을 받아야 사람말을 따르는지 생각해 본다면, 또 그 코끼리의 머리에 있는 핏자국들이 왜 생기는지를, 귀가 너덜 너덜 거릴정도로 어릴때 우리에 가두어서 찟기고 맞아야만 인간의 말에 복종 한다는 것을 안다면, 그 등에 내 몸을 올려놓기가 부끄러울 것 같다. 여행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끔 하는 소중한 책이다. 다음번에 책을 살때 빌려서 다 읽은 이 책을 구입할 것 같다.
그리고 작게나마 부끄럽지 않은 여행을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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