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xAF. 여행의 기술 (알랭 드 보통)
책이란.../예술문학에세이 2010/05/23 07:25
0xAF. 여행의 기술 (알랭 드 보통)
알랭 드 보통의 책은 읽기에 쉽지가 않은 편이다. 다양한 주제도 주제 일뿐만 아니라, 그의 머리속에서 복잡하게 엮겨있는 수많은 연결 고리들을 따라가다가 보면, 어느 사이에 내 머리속에 그 실타래들이 하나 둘씩 자리를 잡아가면서 '난 어디있나?"라는 물음이 꼬리를 물고 떠 오르기 때문이다. 약간은 염세주의적인 그의 유럽여행 에세이가 바로 이 책 '여행의 기술'이다. 하지만, 난 이 책을 여행 책으로 분류하지 않았다. 그의 발자취를 따라다니다가 보면, 여행 보다는 예술, 문학적 그의 섬세한 감수성이 책 속에 고스란히 녹아있는 것을 느끼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책은 에세이다.
아마도, 책의 1/3정도는 여행에 대한 이야기이고, 2/3정도는 그와 여행을 함께한 예술인들일 것이다. 함께 했다고 하지만, 시대가 다르기에 알랭 드 보통은 그들의 발자취를 따라가면서, 우리에게 그 발자국을 설명해주고 있다. 마치 추적을 하듯이 발자국 하나 하나에 대한 의미를 담아주기 때문에, 알랭 드 보통의 오감이 잠시 독자의 오감과 연결되는 듯한 느낌을 가져온다.
책은 크게 '출발', '동기', '풍경', '예술', '귀환'이라는 연결고리로 되어 있고, 11명의 명사들과 함께한다. 그 중 내가 가장 감명깊게 읽은 부분은 '예술'이라는 고리다. 빈센트 반 고흐와 존 러스킨이 안내자의 역활로 등장하며, 알랭 드 보통은 그들의 뒤를 밟고 있다. 눈을 열어주는 예술과 아름다움을 소유한다는 것에 대한 이야기이다. 앞서 다른 명사들의 이야기도 있지만, 생소한 부분이 많아서 와 닿지는 않았지만, 풍경과 예술의 고리에서는 지금까지 알랭 드 보통이 어떤 여행을 해왔는지를 한번에 깨닫게 해주었다.
"자연에 완전히 진실하라!" - 이런 거짓말이 어디 있는가.
자연을 어떻게 속박하여 그림 속에 집어넣을 수 있겠는가?
자연 가운데 아무리 작은 조각이라 하더라도 그것은 무한하다!
따라서 화가는 자연 가운데 자기가 좋아하는 것을 그린다.
화가는 무엇을 좋아하는가? 자기가 그릴 수 있는 것을 좋아한다! -p.260-
"오스카 와일드(영국문인)는 휘슬러(영국화가)가 안개를 그리기 전에 런던에는 안개가 없었다는 말을 했다. 마찬가지로 반 고흐가 사이프러스를 그리기 전에 프로방스에는 사이프러스가 거의 눈에 띄지 않았다. -p.264-"
나는 알랭 드 보통이 설명한 반 고흐의 사이프러스 나무에 대한 설명을 듣고서 배병우씨의 사이프러스 나무가 생각났다. 사진 전체를 덮은 코발트 색과 왼쪽 윗부분에 있는 초승달 그리고 오른쪽 아래에는 사이프러스 나무의 끝부분만 바람에 휘어져있는 모습이였다. 지금 기억으로는 독일에서 찬사를 받았던 작품이었던것 같다. 알랭 드 보통이 설명을 듣고서야, 고흐의 그림이 다시 보이기 시작했고, 배병우씨의 사진이 다시 생각나기 시작했다.
알랭 드 보통의 이야기는 위의 글처럼 풀려진다. 반 고흐의 이야기, 또 그보다 더 오래전에 여기를 들렀던 파스칼의 <팡세>의 말이 또다시 꼬리에 꼬리를 문다. 알랭 드 보통의 표현처럼, 매우 신랄한 경구가 기억나는 바람에 뜨거운 마음이 상당히 식어버렸다고 했다. 그의 머릿속에는 어떤 생각들이 떠오르는 것일까? 그의 문학적 감수성이 나를 부럽게 만든다.
위는 러스킨의 데생에 대한 글이다. "아름다움을 느슨하게 관찰하는데부터 자연스럽게 발전하여 그 구성 요소들에 대한 깊은 이해를 얻게 되고, 따라서 그것에 대한 좀 더 확고한 기억을 가지게 된다." 는 문구가 내 마음을 사로 잡았다. 나도 그런 여행을 하고 싶다. 세상에 시간이 무한정 있는 것처럼, 느슨하게 관찰하는 그런 여행을 말이다. 그 전에, 내 작은 가슴을 두드려서 크게 넓히고 텅텅빈 머릿속에 꼬깃 꼬깃 메모를 해 놓아야겠다.
때론 "왜 아름다울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그리고선 그 의미를 자꾸 미학적 기준에서 찾으려고 애쓴다. 아직은 러스킨의 '말 그림'이 나에겐 익숙하지 않지만, 심리적 기준을 조금씩 넓혀 보아야겠다.
'나는 보는 것이 그림보다 더 중요하다고 믿습니다. 나는 학생들이 그림을 배우기 위하여 자연을 보라고 가르치기보다는, 자연을 사랑하기 위여 그림을 그리라고 가르치겠습니다." - 러킨스 p.323 -
'책이란... > 예술문학에세이' 카테고리의 다른 글
| 0xB4. 그림에, 마음을 놓다 (이주은) (2) | 2010/06/07 |
|---|---|
| 0xB3. 파라다이스 2 (베르나르 베르베르) (0) | 2010/06/04 |
| 0xAF. 여행의 기술 (알랭 드 보통) (8) | 2010/05/23 |
| 0xAE. 화가 vs 화가 (허나영) (0) | 2010/05/20 |
| 0xAB. 그림같은 신화 (황경신) (0) | 2010/04/30 |
나만의 사진전? '작은 풍경 1회'
2010/09/07
블로그 2년과 200권의 책들..
2010/09/06
8년된 면도기, 13년된 벨트 그리고 32년된...
2010/07/04
나의 체험수기가 책으로 나오다 - 명사들이 다시 쓴 무지개 원리 (실천편)
2010/02/02
와우! 내가 담은 사진이 출판되다!!
2010/01/13
당산 원조곱창
2010/09/28
Fujifilm Mobile Printer MP-300
2010/08/26
맨발의 꿈
2010/06/28
Nikkor 35mm F2D (까페렌즈)
2010/06/11
타이탄 (Clash Of The Titans)
2010/04/1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