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12.31. 7박 8일 홀로 떠나는 제주 여행(9)
떠돌이 이야기/한국 방문기 2010/01/13 19:00
2009.12.31. 7박 8일 홀로 떠나는 제주 여행(9)
올레 코스를 돌고선, 성산초등학교에서 얼마 되지 않은 거리에 있는 김영갑 두모악(한라산 옛이름) 갤러리를 다시 찾았다. 12월 30일 수요일은 휴관이여서 왔다가 발길을 돌렸던 곳인데, 정말 와보고 싶어서 다시 이곳을 찾았다. 2~3시간 머물렀을까? 저녁때 정문이 닫힐때까지 이곳에 있었다.
여러 사진들을 보다가 이 사진을 보고서는 갑자기 감정이 북받쳐왔고, 눈물이 핑 돌았다. 이번 여행 일주일 내내 본 제주가 바로 이 모습이였다. 고인이 되신 김영갑씨가 담은 사진에 바람이 아니라 외로움이 담겨 있었다고 느겼다. 내가 제주에서 눈만뜨면 보아왔던 풍경들이 바로 이런 풍경이였다. 하지만 난 그것을 이제껏 놓치고 있었다. 앞의 풀들은 바람에 날리고, 그 다음 담장은 꿋꿋이 버티고, 그다음 풀들은 또다시 바람에 날리고, 더 멀리 산들은 고요한듯 멈추어 있어서. 앞의 공간과 뒤의 공간이 담장이라는 벽에 가로 막혀.. 고립, 외로움, 단절과 같은 단어들이 물밀듯이 몰려와, 내 감정을 뒤흔들어 놓았다. 그래서인지, 눈에선 눈물이 핑 돌았다. 이제껏 불평 불만했던, "왜 날씨가 이모양이냐!"고 했었는데... 사실 이것이 제주가 나에게 준 선물이였다. 일주일 내내 그 모습을 보여 주었는데, 내가 그것이 선물이라는 것을 깨닫지 못했을 뿐이였다. 스스로 부끄러웠다.
그림인듯 걸려있는 창밖에 풍경이 이제서야 내가 선물인지 알겠냐는 듯 내 발걸음을 붙잡았다.
주인이 없는 찻집, 하지만 모두가 주인이라는 것을...
바깥에 날리는 눈발이 찻집의 향기를 더욱더 짙게 해주었다.
루게릭 병으로 생을 마감하며, 셔터누를 힘이 없어서 괴로워했던 김영갑. 제주의 오름에 반해 20년간 제주를 담았던 그가 남긴 사진과 글들을 보니 내 마음이 숙연해지기만 했다. "움직일 수 없게 되니까, 욕심 부릴 수 없게 되니까 비로소 평화를 느낀다."는 말이 뇌리에 맴돌았다.
자리에 앉아 벽에 걸린 사진들을 보니, 외로운 아름다움이 벽에 걸려 있었고, 갤러리가 문을 닫을때 쯤에서야 내 발길을 돌릴 수 있었다. 입구에서 부터 내 눈에 밟혔던 사진 중에 하나를 덮석 구입했다. 내가 보고 싶었던, 제주의 모습이여서 일까? 아직도 그 미련이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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