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12.31. 7박 8일 홀로 떠나는 제주 여행(7)
떠돌이 이야기/한국 방문기 2010/01/13 11:39
2009.12.31 7박 8일 홀로 떠나는 제주 여행(7)
오늘이 2009년의 마지막날이다. 우습게도 그 마지막날에 난 올레 1코스로 시작을 하려고 했다. 그냥 길이 있어서 걷고, 걸으며 생각하고, 혹시나 그 위에서 나에 모습을 볼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다시 올레 코스를 찾았다. 지난번 15코스 개막식때는 많은 사람들과 함께 걸었다면, 아마도 오늘은 혼자 걷게 될것 같다. 와하하 게스트 하우스에서 차로 40분거리를 달려와 성산교 주차장에 차를 세워놓고선, 1코스를 완주할 시점에 해비치 호텔에서 운행하는 버스를 타고선 다시 이곳으로 올 생각으로 길을 나섰다. 뭐, 정 안되면 택시라도 타면되니..
위 사진이 제주 올레의 시작 지점일 것이다. 어떤 것을 새롭게 도전하여 시작한다는 것, 그것만으로도 아름답다.
올레 1코스의 입구이고 반대편에 아래와 같은 올레 사무실이 있다. 사무실이라기 보다는 쉼터 같다는 생각이 든다.
들어서니 벌써 아주머니 한분, 왠 아저씨 그리고 두 학생이 라면을 먹고 있었다. 인사를 하니, 어디서 오는 길이냐고 아주머니께서 물어보신다. 이제 1코스 출발이라고 하니, 올레길 걷기에는 날씨가 참 않좋다고 하신다. 하기야, 눈바람이 매섭게 불어대니 그럴만도 했지만, 아주머니께 "오늘이 올레길 걷기에는 더욱더 좋은 날씨"라고 하니 아주머니께서 한바탕 웃으신다. 지도 한장 받아들고선, 쉬엄쉬엄 갈꺼라고 길을 나서니, 다들 잘다녀가라고 응원해주신다. 불과 10분도 채 만나지 않았던 사람인데 말이다. 도시 엘리베이터에서 투명인간 취급받는 것과는 사뭇 다른 느낌이다.
눈바람이 날려서인지, 올레길 표식이 잘 보이지를 않았다. 뭐, 여행도 일주일이 되다가 보니, 이제는 별 걱정도 안한다. 그냥 "어떻게 잘 되겠지~"라는 마음 뿐이다. 오히려 그 걱정보다는 지금 이 길을 즐기리라..
1코스 오름으로 올라가는 길에서 발견한 눈꽃이다. 여러송이가 피었는데, 한참을 바닥에 쪼그려 앉아서 사진에 담았다. 이름 모를 꽃이지만 왠지 모르게 나를 반겨주는 것 같았다. 이 꽃이름은 무얼까? "애야! 넌 이름이 뭐니?"
나보다 더 빨리 올레길을 출발하신 분들이 있는가? 길에 발자국이 나 있었다. 족적을 보아하니, 한명은 남자인것 같고, 또다른 한명은 발크기가 그리 크지 않아 여자일것 같았다. 이 둘은 서로 아는 사일까? 한쪽에 눈이 더 많이 덮혀있는 것으로 보아, 시차가 있어서 서로 모르는 사이 일것 같은데... 뒤에 간사람은 등산화, 앞서간 사람은 운동화이다. 발이 시려웠을껀데... 무슨 생각을 하며 길을 걸었을까? 잠깐 동안은 이 발자국을 따라 다녔다. 때로는 보폭이 컸고, 때로는 쉬어갔다. 머릿속에 발자국 이야기로 가득차 있으니, 바람이 내가 한심해 보였나보다.
한동안 눈바람이 불더니만, 나를 인도하던 발자국은 이내 사라졌다. 발자국 이야기를 그리던 내 머리속은 이내 텅텅 비어버렸다.
나를 앞질러 간 두학생이다. 고등학생 정도였을까? 우정어린 대화로 쉬어가기도 하고, 추위에 뛰어가기도 했다. 성산일출봉과 표지판이 꼭 외국에 온것같은 생각을 들게했다. 호주에 울룰루(Ayers Rock)가 있다면, 제주도에서는 산방산과 성산일출봉이 있는데... 아쉽게도 여기 저기 박혀있는 전봇대들이 너무나도 많은 경관을 망치고 있었다. 아마, 제주에서 없어져야할 두개를 뽑으라면 전봇대(철탑)과 수많은 매표소일 것이다.
잠시 그쳤던 눈바람이 다시 거세어지기 시작했다. 사실, 이날 길을 걸으며 팬션, 콘도등 잠잘곳 사진은 모조리 찍었다. 20곳 정도 되는것 같았다. 12월 31일.. 내일 성산일출봉을 보기 위해서 사람들이 몰려오는데, 나도 성산일출봉 근처에서 잠을 청하고, 아침 일찍 길을 나서고 싶었기 때문이다.
굳은 날씨도 올레꾼을 어떻게 막으랴! 눈바람 속을 뛰어가시는 아주머니들을 만났다. 표식이 안보여서 "이길이 올레길이 맞냐고 물어보니, 제대로 가고 있다고 하시며 걸음을 재촉하셨다."
성산일출봉으로 길을 가기전에, 성산항에 잠깐 들려서, 따뜻한 커피라도 한잔 먹고 가고 싶어서 대합실로 들어갔다. 매서운 바람에 배들도 모두 발이 묶여버렸다. 대합실에는 사람이 몇명 없었다. 가방을 벗고선, 깜짝 놀랐다. 아주머니 뒷모습을 보면서, 나도 저렇게 눈에 쌓여 있을꺼라고는 생각했는데, 눈사람이 되어 있을 줄이야. 검은색이 싫었는지 흰색으로 다시 색칠해주셨다. 하하하.
올레 1코스에 성산일출봉 근처를 지나가는데, 성산일출봉은 올라가도 되고 안올라가도 된다. 사실, 입장료가 있어서 올레길에서 뺀듯하다. 송악산 같이 험한(?)곳도 올라가는 코스로 만들어 놓았는데 말이다. 주위를 애워싸고, 저녁때 축제가 있다고 여기저기 깃발이 펄럭이는 모습과 그냥 올라가면 안된다고 박아 놓은 푯말들을 보니, 시간이 남았음에도 불구하고, 올라갈 마음이 사라졌다. 인연이 있으면 또 만날날이 있겠지 하는 마음에, 성산일출봉을 돌아서 다시 올레코스로 접어들었다.
성산 일출봉을 빠져나오면 광치기해변으로 들어가는데, 이곳을 따라가다가 보면 올레 1코스가 끝이 난다. 광치기 해변... 네비게이션에 나와있지 않은 지역이다. 해비치 호텔에 전화를 해서 물어보니, 버스는 광치기 해변앞에 버스 정류장에서 머물고 간다고 한다. 뒤에 해산물 가게에 아주머니께 물어보니, 성산초등학교쪽은 바로 나가서 버스 타면되고, 반대방향(해비치 호텔)쪽은 건너서 타면 된다고 하신다. 물어보는것이 역시 제일 빠르다. 버스 위치만 확인하고 30분정도 시간이 있어서 다시 해변으로 내려갔다.
해변에 조개껍질을 하나 둘씩 줍다가, 녹색 바위 위에 무언가를 그려보고 싶었다. 해변을 20분동안 뛰어다니며, 큼지막한 녀석들을 골라서 만든건... 바로 하트다. 언젠가 저 하트에 이름이 들어가겠지? 하는 마음에 성산일출봉을 배경으로 한컷 담았다. 푸하하하. 이렇게 올레의 시작코스는 끝이났다. 누군가에게 시작이였던 만큼, 나에게도 2010년의 새로운 시작임을 길이 알려주고 있었다.
위는 제주 올레 1코스의 내 족적이다. 성산갑문을 지나서 성산항에는 쉬러 들어갔었고, 나머지는 길따라 제대로(?) 다녔었다. 15Km 정도되는 거리이고, 5~6시간 정도 걸린다고 제주 올레에 소개가 되어 있다. (제주올레 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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